지속가능성, 항공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? [권영대의 모빌리티 히치하이킹]

입력 2023-09-13 10:33  

이 기사는 09월 13일 10: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.


오늘날 모든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. 바로 ‘지속가능성’이다. EY가 전 세계 1,200명의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‘EY CEO 아웃룩 펄스(EY CEO Outlook Pulse ? January 2023)’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향후 6개월 이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략적 행동 중 하나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 확대를 꼽았다.

항공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. 코로나19가 종식 단계에 들어서고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항공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. 특히 항공 모빌리티 산업은 단위 탄소배출량이 크기 때문에 지속가능성 실현 여부가 더욱 크게 주목받는다.

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(BEIS: Department for Business, Energy and Industrial Energy Strategy)의 자료에 따르면, 운송수단별로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단거리 비행의 경우에 255g으로 가장 높았으며 장거리 비행의 경우에도 150g으로 버스, 철도 등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.


이런 배경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(ICAO: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)는 2022년 말 열린 총회에서, 2024년부터 항공 모빌리티 산업 탄소 배출을 2019년 대비 85%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. 이에 따라 기준량을 초과하는 항공사는 향후에 탄소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. 아울러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포함된 국제항공운송협회(IATA: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)는 2050년까지 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‘2050 넷 제로(net-zero)’ 달성 목표에 합의했다.

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항공을 비롯한 모빌리티 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회를 만들고 있다.
예를 들어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기차, 자율주행, 서비스형 모빌리티(MaaS: Mobility As A Service)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항공 산업도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혁신을 통해 기존의 사업 영역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가능성이 있다.

항공 모빌리티 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요소는 바로 지속가능항공유(SAF: Sustainable Aviation Fuel)이다. 석유,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자원 대신에 동식물성 기름, 바이오매스, 폐기물 가스 등을 활용하여 추출한 합성 원료로 탄소배출량을 최대 85%까지 줄일 수 있다.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될 수 있는 자동차나, 수소를 동력으로 할 수 있는 선박과는 달리, 항공기는 2차 전지만으로는 운행이 어렵기 때문에 SAF는 항공 모빌리티산업에서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.

SAF에는 미국재료시험협회(ASTM: American Society for Testing and Materials)가 승인한 기준에 따라 총 9가지 종류의 생산 방법이 있다. 각 기술마다 공급 연료 가용성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실제 운항에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. 이미 2021년 말에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100% SAF로 상업 여객기 운항에 처음으로 성공한 바 있다.


다만, SAF 기술들은 기존 연료 대비 3~5배에 달하는 원가로 인해 상용화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연구 및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. 그러나 SAF 사용 의무화가 미국와 유럽 등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확산됨에 따라 일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항공 모빌리티 산업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.

실제로 유럽연합(EU)은 2025년까지 전체 항공 연료의 2%를 SAF로 대체할 것을 의무화했고 2035년까지 20%, 2050년까지 70%로 점차 비율을 늘릴 예정이다. 미국은 지난해에 발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(IRA: Inflation Reduction Act)에 따라 현지에서 혼합·급유하는 SAF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. 한국에서는 아직 SAF 규제가 공식 발표된 적은 없지만 주요 에너지 및 항공 기업들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제조 시설에 투자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.

또한 지속가능성을 향한 항공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은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. 그 중 하나가 미래 항공 모빌리티(AAM : Advanced Air Mobility)이다. AAM은 기존의 도심 내 항공 모빌리티(UAM : Urban Air Mobility), 지역 간 항공 모빌리티(RAM : Regional Air Mobility)를 포괄한다.


EY 분석에 따르면, AAM의 도입은 도심 혼잡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물론,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70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. 또한 2022년 기준으로 약 53억 달러 규모였던 AAM 시장은 2030년에는 335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. 한국 기업들도 이런 성장 기회를 포착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적극적으로 해당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. 기존에 UAM사업부를 운영해온 기업이 최근에 이를 AAM본부로 개편하고 사업 확장 계획을 발표한다거나 아예 독립법인을 설립해서 해외에서 AAM 사업을 이끌게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.

산업 환경의 혁신적 변화는 기업에게 있어서 위기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. 후발 사업자였던 테슬라가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활용하여 완성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한 것처럼, 항공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요소도 업계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강자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될 수도 있다. 지속가능성이라는 과제를 마주한 한국의 기업들이 항공 모빌리티 산업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여 더 멀리 도약하기를 기대한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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